“눈을 감고도 세계를 볼 수 있다”
광주 세광학교의 용감한 도전
 
이길호 기자
지난 14일 광주 세광학교는 고등부학생 14명과 교사 4명의 연수단을 중국 북경과 심양에 파견했다. 학생들이 중국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협력학교와의 교류를 통해 세계를 보는 식견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이 행사는 시교육청 국제교류학습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예산지원을 받아 이루어졌다.

▲     ©호남 편집국


이러한 국제교류는 많은 학교에서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학교에서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실시한 행사였다고 한다. 놀랍게도 세광학교는 시각장애인이 주로 다니는 특수학교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특별한 용기를 내지 않으면 생각하기 어려운 행사인 것이다.

연수단을 인솔한 김선미 교감은 “끝없이 펼쳐진 만리장성을 눈으로 바라볼 수는 없었지만 손으로 성곽을 만져가며 책에서 접했던 역사적 장소에 서 있음에 감격해하는 학생들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당시의 모습을 전했다. 또 “시각장애 학생 14명을 4명의 교사가 인솔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학생과 교사들이 한마음이 되어 단 한건의 경미한 사고도 없이 행사를 마쳤다”며 “참가자 모두가 성취감을 느끼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호남 편집국

이번 행사에서 학생들은 만리장성 뿐 만 아니라 북경의 자금성 등 시내의 유명 사적지를 두루 둘러보고 시각장애 관련 교육시설도 방문하였다. 북경 점자도서관에서 도서관 운영에 대한 소개를 듣고 맹인미술전시관, 과학기술 및 의학자료실, 촉각 전시관 및 화면해설극장 등을 견학하며 중국의 시각장애 교육 문화를 체험하였다.

교류학교인 심양맹학교에서는 수업을 참관하고 서로의 나라와 학교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양국의 요리를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저녁에는 기숙사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하였다. 12월14일부터 18일까지 4박5일간 이루어진 첫 번째 국제교류 행사는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학교 김은희 교장은 이번 행사를 계획한 동기에 대해 “시각장애가 있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며, “훌륭하게 행사를 치러준 우리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환하게 웃었다.

시각장애 학생들을 보내면서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크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교장은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제가 용기를 내면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용기를 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앞으로도 우리 세광학교는 다양한 교육적 시도로 학생들에게 많은 성공의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편 세광학교는 지난 9월 광주지방법원이 주최한 모의재판 경연에서 공모에 응한 22개 학교중 5개교가 진출한 결선에 올라 주목을 받았으며, ‘사제동행 윈드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퓨전난타, 비즈공예, 도예 등 시각장애 학생들이 경험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는 특별활동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세광학교는 영유아 교육과정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과 이료재활, 직업재활 등의 전공과까지 운영하는 일관형 시각장애 특수교육학교로서 대학진학 지도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사입력: 2015/12/31 [23:44]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