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경험
 
해양오염방제과 서기보 송호준
▲  목포해양경비안전서 해양오염방제과 서기보 송호준   © 호남 편집국
누구나 첫사랑에 대한 달콤한 경험과 추억은 쉽게 잊혀 지지 않고 평생 가슴 속 한편에 남아있기 마련이다. 나또한 첫사랑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있고 얘기하고 싶으나 오늘은 입사한지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해양오염사고를 겪은 나의 경험담과 느낀 점을 몇 자 적고자 한다.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는 일요일 아침 8시반경, 같은 사무실 선배에게서 한통의 전화가 왔다. ‘아! 올 것이 왔구나. 왜 하필 쉬는 날 사고가 일어났을까?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매도 일찍 맞는게 낫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들었다. 긴급출동해서 전용부두 창고에서 유회수기를 트럭에 싣고 현장으로 갔다. 교육원에서는 모든 장비가 셋팅이 되어 있어서 가동만 하면 되었는데, 역시 교육원에서 연습할 때와 현장에서 몸소 경험한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현장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정신없이 일을 하던 중 유회수기의 동력부와 회수부, 그리고 펌프에 유압호스 연결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순간 교육원에서 호스에 압이 차 있으면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 압을 빼고 유회수기를 잘 연결하고 나니 한시가 다급한 순간 내가 교육원에서 배웠던 것을 현장에서 직접 적용시켰다는 생각에 뿌듯함과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기기를 연결시켜 유회수기와 흡착재를 이용해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느낀 몇 가지 유의할 점을 말하고자 한다.

먼저 초동대응에 대한 중요성이다. 해역의 특성과 조류의 흐름 방향, 그리고 민감 자원 유무에 따라 오일펜스를 적절하게 잘 설치하되 오일펜스 설치가 난해한 영역에서는 중질유흡착재가 훌륭한 펜스역할을 해 준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급하다고 절대로 뛰어다니며 서두르면 안 된다는 점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급하게 작업을 하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또 정작 일이 빠르게 진행되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장에는 우리팀원들, 공단직원들, 그리고 민간방제업체 등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방제작업을 실시한다. 명확한 지휘 체계하에 타 직원들 간의 협업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음날 몸에서 나는 기름 냄새를 맡으며 다시 현장으로 방제작업을 실시하러 갔다. 현장에서 갈고리를 이용해 흡착포를 건저 내는 동안, 죽어서 물에 떠 있는 물고기 한 마리를 보면서 순간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몸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나는 해양환경지킴이로서 애국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청정한 해양생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다.

걸음마 수준인 내가 금번의 사건을 통해 느낀 점은 첫째, 현장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지역 지리도 잘 알아야하고 해역의 특성 등을 잘 파악하여 방제작업 계획을 세워야 한다. 둘째 각자 맡은바 임무에 대해 명확히 숙지하고 행동해야 한다. 사고 시점에 따라 나의 임무는 무엇인지 유연하게 판단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해안가 근처와 해사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구분하여 사고대응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산업재해의 Heinrich법칙이 있다. 1 : 29 : 300의 원칙으로 사고가 일어나기 전, 330번의 사전경고가 있다는 법칙이다. 해양오염사고도 마찬가지이다. 부주의와 사전경고의 무시로 인해 심각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오염자부담원칙(PPP)의 개념을 해양종사자들에게 설명해주고 개개인이 바다에 대한 주인의식과 경각심을 가지고 사전에 관심을 갖는다면 수많은 해양오염사고를 줄일 수 있다. 국민안전처 해경본부의 일원이 되어 해양환경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우리부처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맡은바 역할에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내가 되고자 한다.




기사입력: 2016/08/16 [15:5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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