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유치, 순천 인사들의 ‘릴레이’가 뜨악하다
 
양지승(전남행복포럼대표/전라남도정책자문위원)

 

▲   양지승(전남행복포럼대표/전라남도정책자문위원)   ©호남 편집국

순천의 정치권과 시민단체 인사를 중심으로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전남지역에 들어설 의대와 병원이 동부로 와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 기반의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중립을 지키고 싶지만, 오랫동안 이 문제를 지켜봐 온 필자로서는 순천 인사들의 뜬금없는 릴레이가 마뜩잖다.

 

전남도와 김영록 지사의 활동공간 지켜줘야

 

지난 23일 민주당과 정부가 내놓은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안에 따르면 전남지역 의대 설립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수 십 년간 이어진 지역민들의 노력과 염원이 근저에 있을 것이다. 전남도와 김영록지사가 의대 유치에 힘을 싣기 위해 소지역이 아닌 광역단위로 힘을 모아 노력한 것도 주효했을 것이다.

 

지역민의 관심은 이제 목포냐 순천이냐로 모아진다. 하지만 김영록 지사는 80~100명 가량의 정원을 배정받아 양 지역에 의대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개 의대 동시 유치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논리상으로 불가한 것은 아니다. 광역단체 중 인구와 규모가 작은 울산과 제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2개 이상의 의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포와 순천은 전남도와 김영록 지사의 노력을 지지하고 지원하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소지역간 다툼으로 비쳐져 정부의 결정을 어렵게 한다면 일을 아예 그르칠 수 있다. 그래서 순천지역 인사들의 릴레이는 너무 성급하다.

 

한 곳을 택한다면, 목포

 

목포의 의대 유치 노력은 1990년도부터 시작되어 30년 동안 이어져 왔다. 한 세대를 넘어 공을 들인 것이다. 상급병원을 포함한 목포 의대 유치의 필요성은 인근에 수많은 도서를 포함한 지역의 절박한 의료현실에서 태동했다.

 

알다시피 목포권은 독재정권 시절에 극심한 박해를 받아 거의 모든 분야가 낙후된 상태였다. 지금은 입지가 좀 개선되었다고 해도 현상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보상 차원에서가 아니라 의대 유치 운동이 태동한 원인과 지역 현실을 보면 이를 빼앗으려는 듯 뛰어든 모습이 아름답지는 않다. 표현이 거칠지만 그렇게 보인다.

 

그분들 주장에 따르면, 동부권이 인구가 더 많고 전남 제조업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산업단지도 많은데 상급병원이 멀어서 사고 발생시 대처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의대가 꼭 필요하다고 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산업화 시대에 목포권보다 큰 혜택을 받았다는 말이 되지만 그런 소지역주의적인 발상은 삼가도록 하자. 하지만 멀리 있다는 상급병원의 위치 문제는 좀 따져볼 만 하다.

 

현재 호남권의 대표적인 상급병원은 전남대학교 화순병원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목포로부터 93.5km 거리에 있는 반면 순천으로부터는 66.3km에 있다(시청기준, 다음지도). 또 순천은 진주의 경상대학 병원까지 81.2km, 공공의료대학이 들어설 남원까지는 65.1km의 거리에 있다. 가까운 거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에 3면으로 상급병원이 위치하는 셈이다.

 

이에 비해 목포는 말할 수 없이 열악하다. 전남대학교 화순병원 다음으로 가까운 대학병원은 156.6km 거리에 있는 원광대학교 병원이다. 광주의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양 지역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으니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목포의 눈물과 앞선 노력

 

지난 30년간 의대 유치를 위한 목포의 노력은 눈물겹다. 속된 말로 맨 땅에 헤딩하기처럼 어려웠던 초창기는 새삼 논하지 않는다. 박수 밖에 쳐주지 못한 필자로서는 송구하기 그지 없지만 목포권 시민단체와 각계 인사들의 노력은 정말 눈물겹다.

 

수년 전 박지원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과 이정현 의원(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의대 유치를 둘러싼 신경전은 언론을 타고 유명해졌지만 정치권의 노력은 각별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목포 의대 유치를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끈질긴 노력 끝에 그는 정부의 타당성 조사를 끌어냈고 결국 목포 의대 설립의 당위성을 인정받았다.

 

이를 이어받은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국회 소속 상임위를 보건복지위로 자청하면서 의대 유치에 사활을 걸었고 국회에서 목포 의대 설립을 위한 토론회까지 마친 상태로 민주당과 정부의 의대 정원 결정 과정에 대비했다. 김종식 시장을 비롯한 목포시청과 각계 인사들이 총력 지지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목포는 순천보다 앞서 왔고 지금도 앞서 있다. 따라서 필자는 전남에서 한 곳을 선택한다면 목포가 맞다고 본다. 물론 정원이 충분하게 확보되어 목포와 순천 양쪽에 설립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말할 것이 없다.

      

우리는 호남이다

 

길고 긴 한반도 역사에서 호남은 늘 수성과 변화를 주도해왔다. 염치를 지키고자 목숨을 버렸고 잘못된 억압을 타파하고자 또 목숨을 버렸다. 글에 맞지 않는 거창한 얘기지만 호남은 언제나 그렇게 정도를 택했다. 설령 목숨이 걸렸을지라도 말이다. 그러면서도 이웃을 배려하고 함께 하는 공동체 문화를 키웠다. 이것이 호남의 가치고 힘이다.

 

의대 유치는 지역 발전과 의료보건복지 향상을 위해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내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에 조금 성급해질 수 있다. 하지만 호남이 지켜온 공동체의 가치와 힘을 파괴하는 경쟁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각 대학은 차분하게 정부에 제출할 자료를 준비하고 해당 지역의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각계 관계자들은 지역민의 뜻을 모아 힘을 보태는 데에 진력하면 된다. 그러면서 양 지역에 설립되도록 서로 협조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

 

어렵게 얻어낸 성과가 호남권 내의 이전투구로 비화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잊지말아야 한다. 우리는 호남이다.

 

 


기사입력: 2020/07/29 [19:5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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