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택시기사 (9)
 
장승재

 “악!”  
사내의 길고 긴 외마디 비명소리가 밤공기를 뒤흔들었다.  
“장 형사! 뭐 하고 있어! 빨리 수갑 채우지 않고!”  
 범인의 팔을 뒤로 꺾어 한숨을 돌리고 있을 때에 형사계장이 뛰어들어 반대 팔마저 꺾으면서 소리쳤다.  
“아이고! 팔! 팔! 아! 팔!”  
계장이 너무 심하게 꺾어 범인은 숨이 끊어지는지 고함을 마구 질러댔다. 나는 범인의 오른팔을 살짝 늦춰주었다.  
나는 그 당시 수갑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박대기와 맞닥뜨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 손으로 팔을 꺾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수갑을 꺼내는 시늉만 할 뿐이었다.  
“이 형사! 빨리 차 가져와!”  
형사계장이 다시 고함을 질렀다.  그런데 팔이 아프다며 죽는 시늉을 하는 친구를 동정해서인지 최가가 돌연 시비를 걸어오는 게 아닌가.   
“말로 하입시다!”  
 
체포 장소에서 차 까지는 불과 20여 미터. 그런데도 나는 이 거리를 두고 범인과 적어도 두어 시간은 실랑이를 친 듯했다. 말로만 듣던 젖 먹던 힘이 어떤 것인지 난생처음 경험했다. 바깥 도로까지는 게걸음으로 간신히 끌어 왔으나 이 형사 는 나타나지 않았다.
 
도대체 지금 무얼 하고 있단 말인가? 불과 10여 미터 지점에 주차를 해 두지 않았던가?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박대기는 계속 몸부림을 치면서 으르렁거리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경험한 엉뚱한 변수는 얼마나 많았던가?      
 
“이 형사, 이 자슥은 뭘 하느라 이리 꾸무적 거리노?”  
나도 모르게 욕설이 터져 나왔다. 정말 파김치처럼 늘어졌을 때서야 차가 다가왔다. 반가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 형사! 먼저 차에 올라가서 잡아당기라고, 응!”  
피 말리는 긴장감을 시원스럽게 해소시켜 준 건, 바로 막내둥이 이 형사였다. 박대기를 차에 밀어 올려 태우고 우리는 그 곳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차가 질주하자 긴장이 풀린 탓인지 몸이 나른해지며 졸음이 왔다. 그런데, 이때 어이없는 일이 또다시 벌어지고 있었다. 최가에게 딸을 빼앗긴 젊은 할멈이었다.   
“순사양반! 조 놈! 조, 최가 놈을 와 안 잡노? 조놈이 최가 놈 아이가? 와 놔 놓고 가노? 이 늙은 순사 놈아!”  
“이 할마시! 뭐라 카노? 그만, 시끄럽다 카이! 조용히 해라 캐도?”   형사계장이 고함을 질렀다.   
 
잠시 후, 진주시내를 한 바퀴 돌아 사람이 뜸한 이면 도로에서 차를 멈춘 뒤, 형사계장은 여인을 하차시켰다. 길거리에서 삿대질이 오가는 대화가 한참 이어졌으나 결국에는 형사계장이 선의의 거짓말을 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용서를 빌었다. 그 여인에게 1만원권 지폐 몇 장을 쥐어주고 택시에 승차시켜 보낸 뒤 다시 출발하였다.   
차는 이제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고 있었다.  
“계장님! 파출소에 연락을 해서 피해자를 대기시켜 놓으라고 해야 안 되겠습니까?”  
나의 건의에 계장보다 먼저 대답을 한 사람은 의외로 범인이었다.   
“아니! 살아있습니까?”  
박대기의 눈동자는 갑자기 빛을 발하였다.  
“이 자식이 미쳤나?”  
“그 기사가 살아 있단 말씀입니까?”  
“그래, 임마! 살아있다 와?”  
“참말 입니꺼? 살아 있는기 맞습니꺼? 믿어도 됩니꺼? 흑! 흑!”  
박대기는 내 팔을 잡고 마구 흔들어대다 괴성을 지르며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그는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가 마음껏 흐느끼도록 내버려 두었다.  
 
범인의 이런 뉘우침으로 인해 우리는 현장검증을 아주 수월하게 끝냈다. 박대기의 운동화는 현장의 족적과 일치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강력사건의 현장에는 반드시 유형무형의 증거가 남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나는 나쁜 습관이 몸에 배고 말았다.
 
피해자의 증언에 의하면 범인의 신장은 190cm 이상인 거구 여야만 했는데 막상 범인을 검거해 놓고 보니 기껏 165cm 쯤 되는 땅딸막한 체구가 아니었던가.   이로 인해 나는 목격자들의 설명을 귀담아 듣지 않으려 하거나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상사들로부터 질책을 받아오고 있는데 언제쯤 그 버릇이 고쳐 지려는지….  


♣ 


  강도상해와 강도치상의 의미만 살펴보고 넘어가자.

☞ 강도상해는 강도가 상해의 고의를 가지고 상해를 가한 경우이고

☞ 강도치상은 상해고의는 있었으나 강도의 기회에 피해자에게 상해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임. 

☞ 강도예비란? 강도를 결의하고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은 경우이고

☞ 착수행위로 나아가면 예비행위는 흡수되고.

☞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어야만 본죄가 성립한다.

☞ 실행의 착수 시기는? 폭행, 협박 개시 시(時)이고,

☞ 절도 후 강취 또는 강취 후 절도는? 포괄하여 강도 일죄(一罪)이다.

☞ 본죄는 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다.

기사입력: 2005/05/09 [15:07]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경찰] 전의경 이름표 부착 논란 정화영 2006/01/16/
[경찰] 경찰, 잇단 돌출행동 정화영 2006/01/15/
[경찰] 안양세무서 신축공사장 자재 훔친 4명 영장 김창호기자 2005/10/06/
[경찰] 강·절도범 찾는 현수막과 경찰 이원희 기자 2005/08/10/
[경찰] 경기경찰청장, 장용석 경장 돕기 바자회 찾아 김창호 기자 2005/06/19/
[경찰] 교통사고 뺑소니범 이젠 꼼짝마라 김창호 기자 2005/06/18/
[경찰] 경찰청, 시민감사위원회 발족 김창호 기자 2005/06/13/
[경찰] 경찰이 죄인 - 1 장승재 2005/05/25/
[경찰] 어설픈 택시기사 (9) 장승재 2005/05/09/
[경찰] 어설픈 택시기사(8) 장승재 2005/05/06/
[경찰] 어설픈 택시기자(7) 장승재 2005/05/04/
[경찰] 어설픈 택시기사(6) 장승재 2005/05/03/
[경찰] 어설픈 택시강도(5) 장승재 2005/05/02/
[경찰] 어설픈 택시강도(5) 장승재 2005/05/02/
[경찰] 어설픈 택시강도(4) 장승재 2005/04/30/
[경찰] 어설픈 택시강도(3) 장승재 2005/04/29/
[경찰] 어설픈 택시강도(2) 장승재 2005/04/28/
[경찰] 어설픈 택시강도(1) 장승재 2005/04/27/
[경찰] 희한한 사건 발생보고 장승재 2005/04/26/
[경찰] 음독 변사체 장승재 2005/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