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지 아니한가 감독 정윤철 & 주연 천호진 인터뷰
"있는 그대로 인정…참된 가족의 모습”
 
이혜린 기자
© 스포츠월드

영화 ‘좋지 아니한가’(무사이필름 제작)의 정윤철 감독과 주연배우 천호진이 “이제 그만 가족의 손을 놓아주자”고 주장했다.

‘좋지아니한가’는 서로에게 무신경했던 가족들이 뜻하지 않은 위기의 상황을 맞아 힘을 합치는 내용. 삐걱대는 가족간의 부조화는 오히려 위기상황을 이겨내는 저력이 된다. 정감독과 천호진은 “이 영화처럼 서로 손을 놓고 바라봐주는 가족상이 요즘 시대에 걸맞는 인간관계의 해법”이라고 풀이했다.
 
두 사람의 설명에 따르면 이 영화는 정감독의 전작 ‘말아톤’의 코믹버전 후속작이다.
 
‘좋지아니한가’의 시나리오에는 정감독이 ‘말아톤’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가족상이 엉뚱하고 재밌게 발전한 모습으로 담겨져 있었다고 두 사람은 회고했다.
“시나리오가 참 재밌었어요. 이렇게 잘 쓴 대본은 드물거든요. 본인들은 진지한데, 보는 사람은 너무 웃긴 것. 그게 바로 진짜 코미디거든요.”(천)
 
“‘말아톤’에서 엄마가 아이의 손을 놔줬을 때 사람들이 많이 공감했던 것 같아요. 엄마가 아이를 인정해주고, 그냥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는 거였죠. ‘좋지아니한가’의 가족들은 이같은 자세가 몸에 베인 거죠.(웃음)”(정)
 
두 사람은 요즘 한국사회의 가족상이 심하게 비틀어져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자녀를 두고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는 양상인 것이다. 남들과 차이가 있으면 안되니까 학원도 보내야 하고, 유학도 보내야 하는데 두 사람은 이같은 자세가 가족간 불화를 일으킨다고 풀이했다.
 
“우리 사회는 서로를 인정하는데 인색한 것 같아요. 조금만 이해가 안돼도 ‘너 XXX야?’하면서 선을 그어버리잖아요. 자꾸 이해하려고 하지말고, 각자의 세계를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정)
 
“옛날이 훨씬 좋았죠. 그땐 부모들이 정말 덤덤했거든요. 학교 다녀와서 가방만 던져놓고 나가놀아도 찾지도 않아요.(웃음) 밥만 먹였으니까. 그에 비하면 요즘 애들은 지옥 같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거죠.”(천)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천호진과 정감독의 직업관에도 베여있다. 천호진은 어린 배우들이 실컷 ‘놀 수 있게’ 배려해줬고, 정감독은 블록버스터 대신 중규모 영화의 활성화에 앞장섰다.
 
“저는 조금 시건방지게 잔소리가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어린 배우들을 터치 안했어요.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의 배역이었으니까, 그냥 후배들에게 맡긴 거죠. 그러니까 참 잘하더라고요.”(천)
 
“조금만 달라도 선을 그어버리는 건 영화계도 마찬가지에요. 반응이 늦으면 ‘안되는 영화’로 낙인찍고 바로 극장에서 내려버리니까. 그래서 500만 영화가 아니면 30만 영화가 되죠. 그러다 500만이 돼야 할 영화가 망해버리면 타격이 크거든요. 개성이 강한 ‘중박’ ‘소박’ 영화도 많아져야 합니다.”(정)
 
이렇게 ‘좋지아니한가’는 여러모로 ‘있는 그대로 인정’이라는 가치관을 전면에 내걸게 됐다. 시나리오는 물론이고, 후배와 살갑게 작업한 천호진도, 1000만에 욕심내지 않고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를 선택한 정감독도 모두가 ‘좋지아니한가’의 주제를 그대로 재연한 셈이다.
 
이제는 관객 차례다. 두 사람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족들의 ‘뒷모습’을 지긋이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스포츠월드]
기사입력: 2007/03/02 [09:34]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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