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선후보들, “경선 결과에 승복” 다짐
 
정진희
한나라 대선후보들, “경선 결과에 승복” 다짐

   
이명박 전 시장은 “2007년 한나라당이 승리하는데 밑거름이 되겠다”고 공정 경선을 다짐했다.
 

한나라당이 높은 당 지지율과 후보들의 인기몰이로 경선이 과열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이 경선 결과에 ‘복종’할 것을 다짐했다.

한나라당 공정 경선을 위해 지난해 발족된 ‘희망모임’은 8일 국회의사당 귀빈식당에서 한나라당 대선주자와 함께 대선 승리를 위한 신년 워크숍을 가졌다.

워크숍에는 대선 주자를 비롯해 이재오 최고위원, 전재희 정책위 의장, 황우여 사무총장, 안상수 희망모임 공동대표 등 원내외 인사 60여명이 함께 자리했다. 특히 이날 참석한 박관용 전 의장은 지난 4번의 대선과 총선의 희비를 경험한 당의 원로로서 한나라당에 거듭 쓴 소리를 했다.  

이 자리에는 현재 여야 대선 후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지사, 원희룡 의원이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개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대선 주자 중 가장 먼저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명박 전 시장은 “누가 후보가 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당이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2007년 한나라당이 승리하는데 밑거름이 되겠다”고 공정 경선을 다짐했다.

이 전 시장은 또 “후보들은 너무 걱정스럽게 보지 마라. 당이 안 믿어주면 누가 믿어주겠냐”면서 “(한나라당) 후보들 중 그런 양식은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희망모임’이라는 명칭을 들어 “말뜻이 참 좋다”며 지난 민심대장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손 전 지사는 “내가 민심 대장정 하면서 가장 뼈아프게 들었던 얘기가 바로 ‘희망이 없다’라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내 집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노후 걱정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희망’을 역설했다.

이어 사회를 맡은 김형오 원내대표가 “손 전 지사는 공정경선 다짐 안 하느냐”고 묻자 손 전 지사가 농담으로 “선서문을 갖고 오라”고 말한 뒤, “입을 보지 말고 손학규가 살아온 길을 보고, 행적을 보라”며 경선에 복종할 뜻을 밝혔다.

원희룡 의원은 “지난 경선과 대선의 경험을 비춰봤을 때 주자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경선 과정이 후보들을 가만두지 않았다”면서 ‘의원 줄서기’와 ‘언론 줄서기’를 경계했다.

원 의원은 특히 ‘언론 줄서기’와 관련해 “그때그때 판세에 따라 특정 주자에 관심이 쏠리는 보도가 나오는 것…(중략), 특정 주자에 대한 의도적 띄우기는 언론의 주자 길들이기”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워크숍은 지난해 12월 29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과 당 지도부가 송년간담회에서 공정경선, 경선승복에 대해 합의한 후 대외적으로 공식적인 약속을 받는 첫 자리로서 의미가 크다.
   
이명박 전 시장은 안상수 희망모임 대표와 악수를 나누면서 정권교체를 위한 당의 모든 전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한나라당은 상대 당이 뚜렷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40%를 상회하는 높은 지지율로 ‘독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전 시장의 경우 지지율 2위인 박 전 대표와도 지지율 격차를 넓히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지율을 다시 좁히려는 박 전 대표 와 조금이라도 지지세를 더 확보해 보려는 손 전 지사의 행보로 경선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

이 지점에 바로 한나라당의 고민이 있다. 첫째, 한나라당은 현재의 높은 지지율이 올해 12월 19일 대선 때까지 이어질지에 대해 기본적으로 의문을 갖고 있다. ‘거품’일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두 번의 대선 실패를 통해 이를 ‘절실히’ 경험했다. 당시에도 초반에는 당과 후보 모두 높은 지지율을 보였으나, 결국 ‘추월’ 당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둘째, 워낙 후보들의 세력화가 확고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나라당이 현재 가장 염려해야 할 점은 바로 특정 후보의 경선 불복종 사태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나라당이 독주하는 상황에서는 경선 과정에서 패한 후보가 당을 깨고 나가서 세력을 키워도 충분히 경쟁이 될 만한 구도다.

이날 워크숍에서 주제 발표를 한 박관용 전 의장도 바로 이러한 점을 경계했다. 그는 “현재 한나라당은 캠프의 움직임은 있는데 중앙당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의장은 이어 지난 대선에서 이인제 전 의원이 경선 결과에 불복종해 한나라당을 탈당하자, 그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마지못해 동반 탈당한 사실을 언급하며 “정치인은 아무리 싸워도 상대방의 치마를 들쳐서는 안 된다”며 경선 과열을 경계했다.

현재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선출 시점까지는 수개월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희망’을 얘기하면서 한편으로 ‘불안’을 떨칠 수 없다. “원래 선거는 ‘착각’이기 마련이다.” 박 전 의장의 말대로 한나라당이 이 순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언제고 ‘희망’이 ‘절망’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투데이코리아 김민자 기자

기사입력: 2007/01/08 [22:23]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경선 승복 다짐] 한나라 대선후보들, “경선 결과에 승복” 다짐 정진희 2007/01/08/
주간베스트 TOP10